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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물리학과 생활 (Feat. 아싸)

물리학 잡담

by 명쾌 2023. 5. 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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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unsplash

 필자는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지만 지난 대학생활을 추억도 해보고 반추도 해보면서 나와 비슷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적어본다.

 

※ 개인적 경험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학과생활


 필자는 대학생 시절 아웃사이더(이하 아싸) 였다. 지금도 딱히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는 않는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물리학과를 전공했는데 물리학과 역시 다른 학과들과 마찬가지로 학생회, 동아리, 연구실 인턴 등 학부생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및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참여한 학과 활동이 없다. 물론 시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교 1학년,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에서 운영 중인 동아리들을 신입생들에게 소개하고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에 방문해서 동아리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축구, 학과 스터디 동아리 등에 들어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축구는 몇 차례 했었다. 그런데 스터디 동아리는 참여 의사를 밝히고 양식을 메일로 보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원서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었다고 했고 마감기한도 지나서 흐지부지, 안 하게 되었다. 축구는 하는 것은 좋았으나 끝나고 회식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족히 2시간은 걸렸기 때문인 것도 있고, 본래 내성적이라 그렇게 여러 사람들 틈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겁이 났다. OT, MT 등 많은 학과 선후배들이 모이는 행사도 다 참여했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아싸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차근히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스스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서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썼다. 그래서 나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두렵다 보니 사람들에게 먼저 나의 의사표현을 잘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학과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내가 신입생이던 시절만 하더라도 신입생들에게 관행적으로 행하던 악습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학회실 청소는 신입생들이 도맡아야 했고, 웃통을 벗고 축구를 해야 했으며 학과 내 커플이 생기면 온갖 오물이 들어간 벌주를 먹어야 했다. 이러한 학생들 사이의 문화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갑을관계가 뚜렷했다. 나는 이러한 문화에 거부감을 느꼈고 다른 동기들은 이런 문화에 적응해 나갔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이러한 문화를 가진 집단에 속하기는 싫고 앞서 언급한 낮은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인한 소극적 성격으로 인 결국 어느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혼자가 되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오게 되었고 이제는 학과에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게 되었고, 여전히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친밀하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혼자 밥을 먹고, 공강 시간에는 혼자 도서관에 들어가 공부하고, 혼자 수업 듣고 혼자 통학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혼자 다니니 학과 선후배들 간에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어졌지만 2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공과목 수업은 확실히 난도가 높았다. 그래서 그때 모르는 부분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참 아쉬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공부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물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지 고민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혼자가 되어서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블로그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물리학과를 졸업한 지금도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혼자가 되었던 것이 마냥 나쁘지많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진로


사진: Unsplash 의 Einar Storsul

 내가 물리학과 학우들과 많은 유대관계를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깨너머로 졸업을 앞둔 사람들이 어떤 분야로 진출하는지 본 결과 크게 두 가지 길로 나뉘었다. 하나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취업을 하는 것이었다. 대학원을 가는 경우 같은 대학교의 대학원을 가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학교로 가는 경우도 있다. 취업의 경우는 다양한 길이 있지만 내 경험상 가장 많은 진출분야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반도체 회사, 다른 하나는 교사임용 및 교육계 진출이다. 

 

 사실 진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리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꼭 물리학에 관련된 분야에서만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물리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꼭 물리학에 능통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지원해야 면접장에서 여러 질문에 막히지 않고 답할 수 있고, 서류에도 쓸 말이 많아진다고 느꼈다. 나의 경우도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국비지원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을 5개월간 수강했다.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든 뒤 IT회사에서 일했다. 물론 개발자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왜 그런지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고자 하면 좀 길어지고 오늘 포스팅 주제에도 조금은 벗어나는 것 같아서 다음에 따로 포스팅을 해야 할 것 같다. 

 

 

결론


오늘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경험과 생각입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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